Claude Code로 서비스를 만들며 배운 것 1 — 만드는 것과 팔리는 것은 다르다
1. 처음엔 클코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25년 3월쯤 MCP가 나오며 업계에 큰 충격을 줬을 때, 나는 이미 VS Code에서 Cursor로 IDE를 바꾸고 넘어간 상태였다. 기존 Copilot과는 다르게 프로젝트 전체를 파악하고 코드를 추천해주는 Cursor의 능력에 놀랐고, MCP 연동으로 이것저것 많이 해볼 수 있다는 점에도 또 한 번 놀랐다. 그렇게 이미 agentic coding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Claude Code를 써야 하나 싶었다. 어차피 프로젝트를 파일 단위 이상으로 파악하는 컨셉은 비슷하다고 생각했으니까.
2. 링크드인에서 하도 난리길래.. 입문
25년 말부터 내 링크드인에는 Claude Code 사용법 관련 글밖에 뜨지 않았다. 다들 하도 대단하다고 하길래, Pro를 구독하기 전에 일단 API로 먼저 써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뭘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었다. 만들고 싶은 게 딱히 없어서 토큰을 썩히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친한 친구가, 미용실을 하는 동생을 위해 엑셀 시트로 순수익을 계산할 수 있도록 수식을 세팅해줬다는 얘기를 했다.
“오, 미용실 정산 프로그램…?”
주변 자영업자들이 매출을 내는 데만 급급해서 정작 자신의 순수익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옆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을 위해 한번 무언가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가 만든 엑셀 시트를 받아, 웹사이트 형태로 구현해봤다.
3. ‘자영업자를 위한 순수익 정산 프로그램’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API 요금제로 쓰던 토큰을 다 써버렸고, 결국 Pro 라이선스를 구매했다. 중간중간 제한에 걸리긴 했지만, 육아하면서 틈날 때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식으로 사용하다 보니 그렇게까지 불편하진 않았다. 이걸 하면서 두 가지 큰 충격을 받았다.
- Claude Code의 능력
- 열심히 만들었는데… 친구 동생이 필요 없다고 함
엑셀 스프레드시트가 이미 있어서였는지, 자세한 기획을 주지 않았는데도 꽤 그럴듯하게 만들어냈다. Supabase를 붙여 DB를 연동하니 테이블 구조도 명확하게 잡아줬고, 이메일 가입 기능도 금방 만들어줬다. 프론트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진짜 한 번도 코드를 보지 않았다. 서비스 하나를 프롬프트 몇 번으로, 그것도 깔끔하고 반응형으로 턱 만들어내는 걸 보니 너무 충격적이어서 머리가 멍해졌다.

“와… 나는 이제 필요 없어지는 건가? ㅋㅋㅋ”
그런데 또 한 번의 충격이 있었다.
신나서 친구에게 보여주며 “내가 이거 만들었다!” 하고 자랑했는데,
친구가 친구 동생에게 한 번 써보라고 보여준 뒤 돌아온 반응이 완전 싸늘했다.
와.. ㅋㅋ 충격이 어마어마 했다. 프론트 구현 능력은 AI에게 뒤쳐진다고 쳐도.. 앞으로 세상에 필요한 많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들떠 있었는데, 순식간에 쭈구리가 됐다.
마침 이런 뉴스도 떴다.
[사스포칼립스 위기 ㊥] SaaS에서 AI 플랫폼으로…글로벌 기업 ‘대이동’
전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중심의 매출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AI가 단순 기능 추가 수준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재편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개인을 넘어 소프트웨어(SW) 기업을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SaaS와 멸망(Apocalypse)을 합친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구조로 발전함에 따라 서비스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과금하던 기존 구독 모델이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4. 유저가 한 명이라도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
일단 대충 Claude Code의 능력은 파악했고, 뭐라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런데 내가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걸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이 당연히 써주는 건 아니었다. 왜 내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써야 하는지 설명하고, 결국에는 내가 직접 PR도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늘 요구사항만 받아서 개발하던 내가, 마케팅까지 해보겠다고 Threads에 “미용실 정산 시스템” 써볼 사람 있냐는 글도 올려봤는데…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았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유저가 한 명이라도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
바로 우리 집 가계부 정산 시스템.
일단 무조건 사용하는 유저는 두 명이다. 나랑 남편. ㅋㅋ
우리는 5년째 가계부를 빡세게 쓰고 있는데, 월급이 들어오면 고정비, 변동비를 하나하나 나눠서 통장 간 정산을 해야 하는 금액이 꽤 크고 복잡하다.
이건 실제로 복잡한 정산 로직이 들어가다 보니, 이전처럼 뚝딱 만들어지진 않았다. QA까지 포함해서 한 15일 정도 걸린 것 같다.
그 얘기는 2탄에서 이어서 써보려고 한다.